용감한 아빠에서 당당한 아빠가 많아지고 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을 향해 용감한 아빠라고 이야기했다. 경력, 승진, 경제 상황 등 당사자보다 더 많은 걱정 보따리를 꺼내어 아빠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당한 요즘 아빠들은 일 만큼이나 가족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가정을 목표로 점점 더 성장해 나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6월까지 육아휴직급여를 받기 시작한 초회 수급자는 총 6만 6931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나누어보면 여성은 작년보다 1.8% 줄어든 4만 7171명인 반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15.7% 오른 2만 2460명으로 높아졌다. 2016년 남성이 차지했던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비율 8.7%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 초회 수급자 남성 비율 32.3%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점진적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되며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던 그때, 위기인 동시에 기회도 찾아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상황 속 맞벌이 가구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요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자녀의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직접 돌봄’에 대한 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남성들의 모성보호제도 및 재택근무 활용률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1980년대~9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부모가 되면서 가정적인 배우자를 찾고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이들의 의지와 현재의 정부 정책이 맞아떨어지며 대한민국 육아문화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도의 예로 2022년부터 시행된 3+3 육아휴직 급여제도와 2024년부터 개편된 6+6 육아휴직 급여제도다. 경제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이러한 제도 덕분에 육아휴직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공동육아를 가능케 했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성은 보건복지부에서 위탁 운영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100인의 아빠단’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한 ‘100인의 아빠단’은 올해로 14기 아빠단 1,700을 배출하며 맘카페만 즐비한 온라인에서 전국 각 지자체 17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2만 명의 아버님들이 공동육아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KBS 9시 뉴스에서는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의 경우 다자녀 비율이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빠가 양육을 함께하는 가정일수록 양육의 행복은 높아져 아이를 더 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아빠들의 양육 영역은 더 넓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남양주의 아빠모임 ‘위꿀아’, 부산 수영구의 자조모임 ‘새싹육아아빠단’과 같이 지역별 아빠들의 자조 모임을 통해 ‘엄마 통신’이 아닌 ‘아빠 통신’이 기지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각종 육아정보는 물론 교육, 서적, 여행, 병원, 맛집, SNS까지 섭렵하며 기존의 엄마들이 주로 해오던 역할을 아빠들이 이어받고 있다. 심지어 아빠들의 교육 참여 비율이 낮아 금남의 지역으로 인식되던 학교에도 아버지가 학부모회 회장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원 영통구의 모 초등학교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아빠 총회가 따로 있을 정도로 교육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아빠들의 공동 육아 효과는 가정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의 경우, 회사 부서 내 남성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해 남성 후배 사원들에게 “선배님 덕분에 저희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남성 양육자가 늘어날수록 여성의 사회 진출 또한 활발해 진다. 2024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그리스티나 온고마 국제금융센터(IFC) 동북아시아·태평양 총괄 본부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가정의 경제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여성 고위직 비율이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33%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직도 회사 내 양육문화는 정책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올려도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당당하게 써야 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이는 가장 중요한 회사의 인재를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기업과 협업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확실한 혜택을 주고 기업은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게 대체 인력 구조와 기업 문화를 변화 시킬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어 인재의 이탈을 막고 양육친화기업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육아휴직 사용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양육 조직문화가 당연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가정이 화목한 근로자는 일에 능률이 오르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인재로 성장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의 저출생 위기 사회에서 “아빠의 공동육아는 필요가 아닌 필수”인 시대이다. 정부는 아빠들이 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기업은 현재와 미래의 중요한 인재이자 고객을 동시에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좋은 파트너십(partnership)을 맺어 저출생 극복을 이겨내길 바라본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