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서재 ‘집옥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경복궁 집옥재 내부를 작은도서관으로 조성해 지난 4월 3일부터 개방 중이며, 오는 10월 31일까지 일반에 개방한다.
집옥재(集玉齋)는 ‘옥처럼 귀한 보배(서책)를 모은다’라는 의미를 가진 전각으로, 고종(제26대)이 서재 겸 집무실로 사용하며 외국 사신들을 접견했던 곳이다. 집옥재 양 옆에는 2층 구조의 팔각형 누각인 ‘팔우정’과 단층의 ‘협길당’이 배치돼 있다.
경복궁관리소는 2016년부터 집옥재에 조선시대 역사·문화, 왕실자료 등과 관련한 1,7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해오고 있으며,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개방을 중단했다가 2022년부터 재개하고 있다.
집옥재 내부는 화려한 장식으로 아름다움과 독서하기 좋은 분위기로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도록 조명 시설과 의자 책상도 잘 준비 돼있었다. 작은도서관에 입실할 때는 입구에 준비된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한다.
집옥재는 경복궁 정문에서는 도보로 약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북쪽에 위치해 있음에도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기자가 방문했던 날은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외국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침 열람을 마치고 나오는 한복 차림의 학생 두 명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규리(17, 과천외국어고등학교), 이나형(17, 싱가폴 국제학교 CIS) 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한 두 학생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홍보가 좀 많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며 “직접 와보니 그렇게 낡지도 않고 잘 정돈되어 있어 현대적인 분위기라고 생각되었다”고 관람 소감을 이야기했다. 강규리 양은 “서점에서 이 친구한테 추천한 책이 있었는데 마침 집옥재에 있어 읽어봤고, 조선 역사 관련한 책도 훑어봤다”며 “조선의 문화재와 역사를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열려서 K-팝과 더불어 K-문화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옥재 작은도서관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누구든지 내부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다. 단, 휴궁일인 매주 화요일 등에는 휴관한다. 자세한 사항은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royal.cha.go.kr)을 방문하거나 전화(☎02-3700-3900~1)로 문의하면 된다. 10월이 가기 전, 고종의 서재 집옥재에서 독서하는 기쁨을 누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