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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톡톡]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매력적인 말하기
안녕하세요. 감정이 담긴 목소리와 공감의 언어로,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나눌 성우 장은숙입니다. 말의 힘과 소통의 예술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스피치의 중요성과 그 비법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스피치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큰 소리로 주장하는 ‘웅변형 스피치’가, 1990년대에는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의 ‘아나운서 스피치’가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감성 스피치’, ‘소통 스피치’, ‘공감 스피치’등 인간미가 느껴지는 ‘소통형 인간적인 스피치’가 주류를 이루죠.
김미경 씨와 김창옥 씨의 스피치, 한 번쯤은 들어 보셨죠? 이분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깔깔 웃겼다가 또, 이내 눈시울을 적시게도 하죠.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며 위로와 깨우침과 삶의 지혜까지 선물하니 그 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 그럼 ‘소통형 인간적인 스피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스피치의 시대적 흐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요. ‘웅변형 스피치’가 각광받던 시대에는 멋있게 보이는 말하기를 하기 위해 명언이나 책의 한 구절을 화두로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나운서 스피치’ 시대에는 안정적인 발성과 정확한 발음, 그리고 신뢰감 가는 제스처를 연습했었죠. 하지만, 김미경 씨나 김창옥 씨가 아나운서처럼 말하나요? 또는 멋있어 보이는 말을 인용하여 말하나요? 아니죠. 재밌는 표정으로 같이 웃고, 같이 흥분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우리 대신 화도 내주지요.
즉, ‘소통형 인간적인 스피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인간적인 말하기, 그리고 공감하며 말하기가 그 열쇠입니다.
첫 번째로 ‘인간적인 말하기’부터 살펴볼까요? 인간적인 말하기는 유창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말하기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배우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말하죠? 분명 대본의 대사를 말하는 것일 텐데 자기 생각을 말하듯 자연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말에 감정이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감정이 담뿍 들어있는 말을 하는 상대를 떠올려 볼까요? 내 말에 같이 신나하고, 같이 슬퍼하며 대화하는 상대에게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겠지요. 감정 표현을 가벼이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도 있었습니다. 또 요즘은 통화보다 메시지를 통해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정서가 들어있는 말하기가 더욱 소중해지는 요즘입니다.
그렇다면 감정이 들어있는 말하기는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요? 말은 소리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소한 내용인가요?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볼게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난 널 싫어해! 미워해! 내 앞에서 사라져!”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상대 남자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달려가 뜨겁게 끌어안습니다. 이상하죠? 한국말을 모르는 걸까요? 아니죠. 말의 진짜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죠. 즉, 대사는 싫어한다고 했지만, 호흡은 상대를 간절히 원하는 호흡으로 말한 거지요. 저는 연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대사만 열심히 달달 외워서 연기할 때, 대사를 빼앗고 연기하게 합니다. 처음엔 ‘대사 없이 어떻게 연기 하나요?’하는 표정으로 절 바라보죠. 그럼, 전 호흡만으로 방금 전 씬을 연기해 보여줍니다. 학생들은 “와~ 말을 안 하는데 무슨 대사 하는 건지 다 알겠어요. 신기해요.”라고 말해요. 기쁠 때는 들뜬 호흡, 슬플 때는 호흡이 줄줄 새어 나와 어깨가 처지죠. 화가 날 땐 씩씩거리는 호흡이 됩니다. 이렇게 대사 없이 말하는 연습을 해 보는 거예요. 우리가 친구에게 정말 조심스럽지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을 때, ‘내일 만나면 이렇게 말해줘야지.’하고 마음으로 말하는 예행연습을 해 본 적 있으신가요? 또는 프러포즈를 연습 하거나, 발표할 일이 있을 때 대본을 눈으로 좆으며 상상하며 말하기를 해 본 적 있나요? 이 모두가 대사 없이 대사하는 훈련입니다. 대사가 없을 때 우리는 마음의 소리가 극대화됩니다. 이때 동작이나 표정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세요. 말하기가 더욱 재밌어질 거예요.
두 번째 ‘공감하며 말하기’를 살펴볼까요? 먼저, 공감하며 말하기는 왜 중요할까요? 말은 하는 사람에 의해 완성되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이 있어야 말하기는 비로소 의미가 있죠. 듣는 사람이 없는 말하기는 헛소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말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해야겠지요. 반대로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요?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의 말입니다. 공감하며 말하기가 주는 효과는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불편 사항 접수를 위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콜센터 직원이 “죄송한데요, 그건 어렵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면 답답하고 화가 나지요. 그런데, “아~ 너무 속상하셨겠어요, 그런데 어쩌지요? 저도 너무 해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요. 저도 이런 사항을 계속해서 회사에 건의해 볼게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저 직원도 내 답답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구나 싶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어쩔 수 없죠, 회사가 문제지 직원분이 왜 죄송해요.”라는 말까지 하며 전화를 끊는 나를 발견합니다. 실제로 고객 응대 직원들 스피치 교육에서 이 방법을 가르칩니다. 상대의 말을 따라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법인데요. 상대가 “너무 화가 났어.”라고 하면 “아~ 화가 많이 났겠구나.”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말하기 기술이 아닙니다. 마음이죠. 대화란 말의 나눔 이전에 마음과 마음의 나눔이니까요.
그럼, 마음을 담아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우선 공감하려면 경청해야겠죠? 그런데 상대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죠? 그땐 화두를 먼저 던집니다. 스피치 법칙 중에는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두 개의 이야기를 듣고, 세 개의 칭찬을 하라’는 법칙도 있습니다. 재미있죠?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나누던 이야기에도 이런 테크닉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요. 그런데 한번 사용해 보세요. 의외로 서먹하던 자리가 금방 화기애애해질 거예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화두를 먼저 던지려면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에 대한 지식, 세상에 대한 지식이죠. 그래야 상대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깃감을 화두로 꺼낼 수 있는 겁니다. 상대에 대한 관심 없이, 노력 없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왕도는 없어요. 결국 다시 돌아와 평소에 상대의 이야기에,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거죠. 이제 경청하는 방법을 살펴볼까요? 그냥 잘만 들어주면 경청일까요? 추임새를 잘하며 듣는 것일까요? 언젠가 개그 프로그램에서 남자가 애인에게 “자기야 뭐 먹으러 갈까?”라고 하자 여자가 “아무거나.”라고 답해서 정말 아무거나를 먹으러 가자니까 여자가 화를 내며 가버리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남자는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그렇죠. 행간을 파악하지 못한 겁니다. 아무거나 나를 아끼는 만큼 내가 좋아하는 특별한 걸 먹자는 말이었지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말의 진의는 말의 행간을 파악해야 알 수 있어요. 오늘부터 이야기를 나눌 때 말의 내용만 듣지 말고, 상대의 말 속 숨은 뜻을 헤아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해가 가지 않던 상대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놓쳤는지 알게 될 겁니다. 이렇게 상대의 맘을 잘 알아주는 사람에게 모든 이는 호감을 갖겠죠?
물론 스피치를 잘 하려면, 듣기 좋은 목소리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확한 발음도 중요합니다. 말의 속도도 중요하고요. 너무 큰 목소리는 상대에게 강압적인 불쾌감을 줄 수 있고, 너무 작은 목소리는 자신이 없어 보이죠. 웅얼거리는 발음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답답함을 줍니다. 말이 너무 빠르면 가벼워 보이고, 너무 느리면 게으르게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나의 말을 내가 직접 들어보는 것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듣냐고요? 녹음을 해서 들어보는 거죠. 요즘 휴대폰에는 음성 녹음 기능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 하거나, 통화 할 때 통화 내용을 녹음해서 모니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선 이렇게 듣기만 해도 변화가 시작될 겁니다. 왜냐고요?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모두 깜짝 놀라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이 빨랐나?”, “목소리가 이렇게 높은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라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모니터하다 보면 점점 자신의 말하기 단점들을 의식하며 말하게 되고, 그러면 서서히 좋아질 거예요. 말하기도 습관이기 때문에 고치려면 물론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은 일상에서 늘 하는 것이니 시간을 내어 연습하지 않아도 ‘오늘은 말을 천천히 해야지!’, ‘오늘은 좀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봐야지.’ 등 하나의 미션을 생각하고 말하기를 실천하다 보면 어느 날 당신도 매력적인 스피치를 하게 될 겁니다.
아무쪼록 AI 음성 기술이 이슈인 이 시대에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정감 어린 스피치로 매력적인 당신이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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