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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전하는 뉴스,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국립정신건강센터 '재난보도 체크리스트'로 12·29 여객기 참사 보도 직접 살펴보니
자극적 표현부터 유가족 감정 노출까지…'정보전달'에서 '어떻게 보여주는가' 생각도

2026.09.30 정책기자단 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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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발생하면 우리는 뉴스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접한다. 사고 규모와 구조 상황, 피해 현황을 신속하게 알리는 언론 보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장의 참혹한 모습이나 유가족의 슬픔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어떨까. 재난을 경험한 당사자는 물론 뉴스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또 다른 심리적 고통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 9월 10일 '재난보도 모니터링 도구 고도화와 체크리스트 개발(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실시한 '트라우마 예방관점 재난보도 현황조사(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의 후속 연구로, 기존 재난 발생 직후뿐 아니라 추모일 등 중장기 보도까지 점검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연구 대상에는 2024년 12·29 여객기 참사(무안 제주항공여객기)와 2025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보도가 포함됐다.

◆ 재난 직후에는 '자극적 표현', 추모 기간에는 '격한 감정'

12.29 제주항공 사고 (출처 : 연합뉴스)
12·29 무안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사고 (연합뉴스)

연구 결과는 시기에 따라 재난보도의 문제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난 발생 직후에는 자극적인 표현과 충격적인 장면이 최고 30.6%로 두드러졌고, 추모 기간에는 유가족의 오열이나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담은 장면이 최고 50%로 나타났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문제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심각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취재 과정을 '평상시 → 사건 발생 직전(투입 전) → 사건 발생 중(현장 취재) → 사건 발생 이후(보도·후속·복귀)' 네 단계로 구분한 재난보도 체크리스트가 마련됐다. 뉴스 이용자가 이미 보도된 기사에 대해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재고 요청 양식'도 개발됐다.

실제로 이 기준을 생각하며 2024년 12월 30일 보도된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기사 한 편의 제목을 살펴봤다.

제목은 '"기억할게요" 눈물바다 된 현장…추모행렬 잇따라'로 부제에는 감식 현장을 지켜보던 '유가족 끝내 오열'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 첫 사진 역시 사고 여객기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문에서도 감식 현장을 지켜보던 유가족 2명이 희생자가 겪었을 상황을 떠올리다 오열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었다.

◆ '사실인가'뿐 아니라 '꼭 보여줘야 하는가'

기사에 담긴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는 보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난 현장의 슬픔과 유가족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체크리스트의 취지를 생각하며 기사를 읽으니, 평소와는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눈물바다'와 같은 표현은 사고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일까. 유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했을까. 슬픔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과 재난 경험자의 감정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만난 재난 경험자들은 기사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동의 없는 촬영과 반복적인 개별 접촉 취재를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일반 뉴스 이용자들은 자극적인 보도의 반복이 뉴스 자체를 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재고 요청 양식'을 작성한다면 해당 기사에 대해 제목과 사진, 유가족의 격한 감정을 담은 표현이 재난 경험자에게 미칠 영향을 다시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사를 삭제하라는 요구라기보다 같은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당사자의 존엄과 심리적 안정을 조금 더 고려할 방법은 없는지 질문하는 과정에 가깝다.

◆ 재난보도를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도 달라져야

여객기 (클립아트코리아)
여객기 (클립아트코리아)

체크리스트를 적용해 보기 전에는 재난 기사를 볼 때 주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집중했다. 하지만 직접 항목들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유가족의 눈물이나 사고 현장의 충격적인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더라도 사고의 원인과 수습 과정, 피해자 지원 정책, 안전 대책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을 통해 재난의 심각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재난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도 양상도 달라지는 만큼 가이드라인 역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모일마다 재난 경험자가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현장의 기자와 데스크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난보도는 우리가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가장 아픈 순간을 필요 이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 (보도자료) 자극적 보도 줄이고, 트라우마 예방한다 재난보도 이용자·생산자용 체크리스트 개발

엄정우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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