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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뿌리는 '조선의 향토오락'이었다

2026 WLIC 기념 '국립중앙도서관 K-콘텐츠 특별전'(~10.6.)
명량'의 뿌리 '임진록', '관상'의 모티프 '언문관상법'에서 전통 콘텐츠의 힘 느껴
괴물과 가짜·진짜, 혼령의 소재 담은 '불가살이전·옹고집전·숙영낭자전' 등
우리 이야기가 곧 세계를 사로잡는 이야기의 원형임을 느낀 전시

2026.08.10 정책기자단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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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돌아보면, 하루의 절반은 콘텐츠 속에서 사는 것 같다.

출근길, 인터넷 신문으로 그날의 이슈와 관련된 뉴스를 훑으면서도 이어폰 한쪽에서는 최신 K-팝 노래를 듣고, 저녁이나 여유로운 주말이면 밀린 드라마와 웹툰을 정주행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정작 그 콘텐츠들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영화 '괴물'이나 '관상', 드라마 속에서 툭하면 등장하는 저승과 도깨비, 혼령 같은 소재들이 사실은 수백 년 전 고서와 기록 속에 이미 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국립중앙도서관이 마련한 특별전을 감상하면서였다. 

전시장 입구
전시장 입구 (본인 촬영)

국립중앙도서관은 7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특별전 '한 권의 책에서 온 세계로, K-콘텐츠'전시를 열고 있다.

지금 이 시기, 해당 전시가 열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다음 달 부산에서 세계 도서관계 최대 행사, WLIC가 열리기 때문이다. 

WLIC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최하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다.

8월 10일(월)부터 13일(목)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건 2006년 서울 개최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150여 개국에서 도서관·정보 분야 전문가와 연구자, 관련 기업 관계자 약 3000여 명이 부산으로 모여들어 인공지능과 도서관의 미래, 디지털 전환, 정보 접근성 확대 같은 의제를 나흘 내내 논의한다. 

'변화를 이끄는 도서관'이라는 주제 아래, 개회식 국악 공연, 부산과 서울·수원·파주 등 전국 도서관을 둘러보는 문화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더불어 'K-컬처 존'을 통해 K-푸드와 K-콘텐츠를 함께 소개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도서관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까지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국립중앙도서관 특별전은 바로 그 세계 각국 도서관인들을 부산으로 맞이하기 전, "K-콘텐츠의 뿌리는 결국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책과 기록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한발 앞서 알리기 위해 열렸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K-콘텐츠의 원형 - 책에서 시작하다'에서는 19세기 말 외국인 선교사와 여행가들이 남긴 한국 소개 서적을 통해 한국이 세계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순간을 짚었고, 2부 '이야기에서 K-콘텐츠로'는 고전소설과 설화, 신화, 역사 기록이 오늘날 드라마와 영화, 웹툰의 뿌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에 더해 3부 '번영과 한국어, 세계로 확장된 K-콘텐츠'에서는 한국어와 K-콘텐츠가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 흐름을 지도와 통계로 확인할 수 있었고, 4부 '도서관, K-콘텐츠의 미래를 기록하다'는 오늘의 콘텐츠 역시 언젠가 새로운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전시를 마무리했다.

WLIC 2026 기념 국립중앙도서관 K-콘텐츠 특별전
WLIC 2026 기념 국립중앙도서관 K-콘텐츠 특별전 (본인 촬영)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앞서 언급했던 2부 전시였다. 

내가 즐겨봤던 콘텐츠들이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이번 전시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오징어 게임' 진열장 옆에는 조선시대 향토오락과 민속놀이를 기록한 옛 문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가 드라마 제목이 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놀이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책으로 기록되고 전승돼 온 것이라는 사실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알았다. 

또, '명량'의 뿌리가 된 '임진록', '관상'의 모티프가 된 '언문관상법', 괴물과 가짜·진짜, 혼령 같은 소재를 품은 '불가살이전·옹고집전·숙영낭자전'이 나란히 놓인 진열장 앞에서는 요즘 즐겨 보는 오컬트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저승과 구원, 도깨비 이야기를 다루는 '바리데기'와 '차사본풀이'가 오늘날 판타지 드라마와 웹툰 세계관의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최근 인기를 끈 저승 세계관 드라마들을 떠올리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야기뿐 아니라 체험 요소도 풍성했다. 

감지 센서가 반응하며 영상이 벽면에 자동으로 송출되기도 하고, 둥근 테이블의 블록을 중앙으로 옮기자, 세계지도 화면이 바뀌며 세종학당 운영 국가와 해외 대학 한국어학과 개설 국가 등이 대륙별로 표시되기도 했다.

헤드폰을 끼고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전시에서는 '춘향전'을 원류로 한 창극 대목을 들을 수 있었고, 전시 후반부의 '인생 네컷, 500년을 건너다' 코너에서는 조선시대 풍속화와 근대 딱지본 표지, 흑백영화 포스터, 요즘 K-드라마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환해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체험 요소
체험 요소 (본인 촬영)
WLIC 2026 기념 국립중앙도서관 K-콘텐츠 특별전
WLIC 2026 기념 특별전, K-콘텐츠 (본인 촬영)
체험 요소
체험 요소 (본인 촬영)

자료를 눈으로만 보던 관람객이 잠깐이나마 그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구성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이번 전시를 보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한국의 이야기가 이제는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재탄생했고, 8월 부산에서 150여 개국의 도서관인들을 맞이할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찾을 세계 각국의 도서관인들보다 먼저, 우리가 이 특별전을 통해 K-콘텐츠의 뿌리를 확인해 보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 - 2026 WLIC 기념 특별전 안내 바로 가기

☞ (보도자료)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 출범

박세아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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