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일교차 때문에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은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래도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쾌청한 날씨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마침 가을에 딱 맞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민국 대표 걷기 여행길 ‘코리아둘레길’의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코리아둘레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통일부, 국방부, 농림축산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부처 간 통합 프로젝트이다.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여러 부처가 한반도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약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 ‘코리아둘레길’을 조성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동해의 해파랑길, 2020년 남해의 남파랑길, 2022년 서해의 서해랑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9월 23일,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 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평화의 길은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DMZ 평화의 길 중 유일한 지선코스인 DMZ 평화의 길 4-1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5월에 고양에서 진행되는 장항습지생태 코스를 방문했는데 DMZ 평화의 길 4-1코스와 노선이 겹쳐 이번에 개통된 횡단 노선은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했다.
DMZ 평화의 길 4-1코스는 길이 17.7km, 소요시간 6시간, 난이도 보통으로 행주산성에서 시작해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두루누비(코리아둘레길) 앱을 미리 다운로드해 집에서 가까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를 시작했다. 지도를 따라 필수 경유지인 고양종합운동장 맞은편 휴게공원에 가보니 방향 안내판을 만날 수 있었다. 4-1코스의 종점이자, 5코스의 시작점이라 그런지 5코스가 안내되어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신발 끈을 동여매고 걷기에 나섰다. 새파란 하늘,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저절로 들썩일 만큼 기분 좋은 가을 날씨였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길을 걸으니 새로워 보였다. 쌩~하고 지나갈 때는 보지 못했던 도시의 속살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코스 곳곳에 녹색과 연두색 리본, 화살표, 안내 사인이 있기 때문에 코스를 이탈할 걱정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정확하게 코스를 따라가기 위해서 두루누비 앱 다운로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안전한 보도블록 구간을 지나 약간 위험해 보이는 구간에 들어섰다. 공사가 한창인 지역이라 그런지 덤프트럭이 자주 지나다녔다. 교통정리를 하는 분에게 여쭤보니 자전거 통행은 많은데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길이 넓어서 트럭이 비켜간다고 하지만 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해 보였다. 그 길을 지나니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왔다. 보행자 도로는 따로 없어 여기서도 안전을 위해 주의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지나 고양 나들라온에 도착했다. 코리아둘레길에는 걷기여행자가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는데 나들라온은 DMZ 평화쉼터 중 한 곳이다. 테마노선에도 방문했던 곳이라 직원분이 얼굴을 기억해주셨다. 내가 방문하기 직전, 인천에서 온 여행자가 다녀갔고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을 모두 완주한 뒤 DMZ 평화의 길 개통만 기다렸던 여행자도 있었다고 한다. 코리아둘레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행주산성에서 4-1 코스를 마무리했다. 8월에 ‘열린 관광지’를 취재하러 왔을 때 정말 더웠던 기억이 생생했다. 또다시 올라갈 엄두가 안 나 전기 관람차를 탈까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 걷기로 마지막 코스를 완주했다. 오르막길을 올라도 다행히 덥지는 않았다. 마침 ‘대한민국 밤밤곡곡’, ‘2025년 국가 유산 야행 공모’에 선정된 야간 축제 ‘행주가 예술이야’가 열리는 때였다. 오색찬란하게 물들 행주산성의 가을밤을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았다.
테마노선에서 방문 가능했던 한강 군 철책길 일부는 미개방 중이었지만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횡단노선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걷기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 국토를 아우르는 ‘코리아둘레길’을 향한 관심과 사랑도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히 ‘코리아둘레길’을 완성한 DMZ 평화의 길은 분단과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담고 있어 더욱 각광을 받지 않을까? 완전체가 된 ‘코리아둘레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지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