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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생과방에서 마주한 다과의 격식

4월 16일부터 6월 23일까지 경복궁 생과방 행사 열려
회 당 36명, 사전 추첨 통해 참여 가능

2025.05.01 정책기자단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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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왕실의 '생과방', 다시 열리다

경복궁 동쪽, 소주방 권역의 담장 뒤편. 한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생과방(生果房)이 오랜만에 참관객을 맞이했다.

조선 왕실의 후식과 별식을 담당하던 이곳은, 격식과 절제의 미학이 깃든 장소로, 예로부터 외부인의 출입이 극히 제한되었던 공간이다.

남성 궁인('차비')이 준비를 마치고 참여객을 기다리는 '생과방' 내부 구조는 'ㄷ'자 형태의 한옥 건물이다.
남성 궁인('차비')이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는 '생과방' 내부 구조는 'ㄷ'자 형태의 한옥 건물이다.

정갈하게 차려진 교자상 위에는 곱게 빚어진 다식과 정제된 다기가 놓여 있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수라간에서부터 이어진 손길의 질서와 예법이 실내 곳곳에 스며 있었다.

찻잔을 앞에 두고 앉은 이들은 짧은 순간 동안 조선의 한때를 조용히 경험하며, 시간의 결을 따라 자신만의 감각으로 궁중의 맛과 멋을 받아들인다.

이번 행사는 4월 16일부터 6월 23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하루 4회씩 진행된다.

회차는 오전 10시, 11시 40분, 오후 1시 50분, 3시 30분이며, 회 당 36명이 사전 추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오전 10시 회차에 맞춰 도착한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줄지어 생과방 입구로 향했다.

고궁 내에서도 깊숙한 위치에 자리 잡은 이곳은, 안내가 없다면 쉽게 지나칠 만큼 조용하고 단정한 한옥 건물이었다.

출입문 앞에 작은 명패가 걸려 있었고, 행사 진행자들은 단정한 그 시대의 궁인 차림으로 참가자들을 조용히 맞이했다.

"이곳이 생과방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 자리에서 조선의 하루 끝을 체험하시게 됩니다." 담담하게 건네는 한마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참가자들은 저마다 귀를 기울였다.

◆ 고요한 한옥에서 마주한 다과의 격식

입구에서 '차비'(남성궁인)의 좌석 안내 차례를 대기 중인 참여객
입구에서 '차비'(남성 궁인)의 좌석 안내 차례를 대기 중인 손님

건물 내부는 넓지 않았다.

원형의 교자상이 배치되어 있었고, 각 상 위에는 다과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병과의 종류는 모두 여섯 가지. 주악, 잣박산, 오미자과편, 사과 정과, 다식, 매작과가 조용한 기품을 머금고 놓여 있었다.

각각의 병과는 도자기 그릇에 담겨 있었고, 한산모시 직물로 된 받침이 깔 위에는 다과를 찍어 먹는 집게가 있고 찻잔 옆에 놓인 이름표에는 매듭공예가 장식되어 있었다.

모든 요소가 전통공예품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기능성과 미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차에 달린 매듭은 쌍학 매듭이라 하옵나이다. 좋은 기운을 담는 의미가 있사옵나이다."

나인 역의 시중드는 분의 설명은 소박했지만, 옛 궁중 말투가 신기하였고 그 안에 담긴 정보는 풍부했다.

각 병과와 차의 조합은 조선시대 궁중 연회 문헌을 참고해 구성되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으로 그릇을 살펴보고, 천의 질감을 느껴보았다.

◆ 과거를 되살린 체험이 남긴 여운

조선 왕실의 차와 다과 ,그리고 공예
조선 왕실의 차와 다과, 그리고 공예

생과방은 1915년 일제 강점기 당시 철거되었다가, 국가유산청의 복원 사업을 통해 2015년 다시 세워졌다.

건물 외형은 물론 내부 구성과 기능도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충실히 복원되었다.

벽면의 단청 색, 바닥의 소반 위치, 찻상을 둘러싼 구조까지 모든 배치는 당대 조리 공간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

생과방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이곳은 찬 음식이나 과일, 다과류를 담당하던 부엌이었다.

궁중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손길이 닿는 공간이다.

참가자들은 단지 음식을 먹는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절, 궁중의 수라간이 어떤 방식으로 왕의 하루를 마무리했는지를 직접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왕은 수라상에서 정사를 마치고, 후식에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마음을 짓는 자리가 바로 이 생과방이었습니다."

◆ 기억에 남는 건 '맛'이 아닌 '장면'

여성 궁인 복장의 진행자
여성 궁인 복장의 진행자

프로그램은 약 70분간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다과를 입에 넣었다.

의미 없이 먹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하나하나의 모양과 의미를 듣고 나서야 조심스레 손이 움직였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두 여성 체험객은 찻잔을 내려놓고 교자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평소에도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앉아보니 조선시대의 감각이 손끝과 눈앞에 다 와 닿는 것 같아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이곳의 정서와 예법이 모두 어우러진 경험이네요." 이어 "궁중 다과라는 게 그저 먹거리가 아니라,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라고 덧붙였다.

고궁은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찻잔을 들고, 다과의 결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전통은 자연스럽게 곁을 내어준다.

생과방은 조선 왕실의 품격을 간직한 자리이자, 일상에서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한 장면으로 오늘을 채워주고 있다.

한옥의 향, 모시의 질감, 다과의 절제, 공예의 고요. 생과방에서 몇 시간은 조선의 하루를 엿보는 창(窓)이었다.

체험을 마친 뒤, 다과 한 접시를 떠올릴 때 기억나는 건 맛보다는 풍경이었다.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던 교자상, 찻잔의 윤기, 누빔 보자기의 부드럽고 미세한 결.

말이 오가진 않았지만, 그 시간에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고궁의 하루를 마주하고 있었다.

생과방 체험은 그날의 분위기와 함께, 한동안 조용히 남는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성스런 진행자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성스러운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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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정책기자단|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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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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