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있다.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심각성’ ‘우울감’이라는 무거운 표현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내 친구들은 ‘한국 자살률’ ‘위해성’ 등의 부정적인 표현이 떠올랐다고 한다.
사실 내가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우울증, 정신건강 문제, 심리적 어려움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였다.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 센터를 오픈하여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내 주변에서도 언제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상담 센터를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주제들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무거운 문제였다. 한국에 돌아온 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내 안에도 크고 작은 고민들이 하나 둘 쌓이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다 혼자 고민하던 문제들,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참을 말하고 보니 뭔가 한결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들여다봐 주는 것, 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캠페인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2024 생명사랑 희망나눔 캠페인’이었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기념하여 진행된 생명사랑 희망나눔 캠페인은 부천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주관하고 관내 유관기관들이 참여한 행사였다.
이번 캠페인은 화창한 날씨에 외출을 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청소년 마음 챙김, 노인 및 장애인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알아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체험 부스에서 퀴즈를 풀거나 체험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자살 예방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었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한 고등학생은 “자살예방의 날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라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관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체험 부스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퀴즈를 풀고 직접 체험을 하며 아이가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다양한 체험 부스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내 마음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체험 부스였다. 부스를 운영하던 직원은 검사 결과를 해석해 준 후에 부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상담을 신청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집에 돌아와 부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검색해 보니 누리집 메인 화면에서 부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부천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부천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제공하는 정신 건강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정신 건강, 마음 챙김, 마인드 케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부천시 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에서는 자살예방 및 생명 존중에 관련된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24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마들랜’ 서비스를 알리기도 했다. 마들랜은 ‘당신이 힘들 때,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 친구’라는 뜻으로 마들랜 앱 및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24시간 자살 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자살예방 상담전화가 109번으로 통합되며 전화 및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언제든 자살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2023년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자살예방 정책 및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화 한 통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자살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요즘.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송현진 songsunn_00@naver.com